트위터에서 했던 해시태그 리퀘입니다. (2016.2.26)
#멘션_주신_단어_넣어서_트윗_단문_연성
제시단어: '사라진 웃음' / 토마나라
세상은 같은 양의 웃음과 눈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그래서 세상의 한 쪽에서 기쁜 일이 일어나면 다른 쪽에서는 반드시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렇다면.
"…토마 상이 요즘 잘 웃지 않아."
그렇다면 토마 상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의 양만큼 네 한숨도 줄었을까, 토오루. 그런 생각을 하며 나스는 찻잔을 들어올렸다. 서늘하고 조용한 아침 공기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잠깐 창문을 열었던 나라사카는 나스의 어깨가 흠칫 떨리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닫고 돌아오는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무덤덤한 표정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 사이드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스는 맑은 눈으로 나라사카를 보고 있었다. 나라사카는 나스가 보더에 입대하기 전부터 종종 찾아왔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거나 보더에서의 훈련을 설명해주거나 했다. '토마 상은 훈련을 잘 나오지 않아.' '토마 상은 후유시마 상이 하는 부대에 들어간다고 하던데' '토마 상은 이번에 원정조에 뽑힌 모양이야.' 덕분에 입대 전부터 나스는 토마 이사미를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토마라는 이름을 발음할 때마다 조금 부드러워지는 나라사카의 눈을 보며 속으로 몰래 웃곤 했다. 토오루는 모르지, 평소에 잘 웃지 않으니까 모르지, 그런 얼굴을 '웃는다'고 하는 건데.
옅은 미소보다 한숨이 더 많아졌을 무렵 나라사카의 방문이 조금 뜸해졌었다. 포지션도 다르고 랭크전에서도 맞붙을 일이 거의 없어, 사실 보더에서는 나라사카를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나스는 가끔 오늘은 와 줄까, 무릎을 끌어안고 나라사카를 기다려보곤 했다. 무슨 일이 있나… 토오루는 예전부터 혼자서 고민했지. 그게 최고 바보같았는데.
그 즈음에는 반갑게 맞는 나스 옆에 앉아 나라사카는 한숨만 쉬다 가곤 했다. 종종 멍하니 창 밖을 보다 나스의 말을 놓치기도 했다. 「요즘은 토마 상 이야기는 안 해 줘?」 그 물음에 나라사카의 눈동자가 조금 가라앉았던 것을 기억한다.
「레이.」
「응?」
「싫다는 말에는… 얼만큼의 '싫다'가 실려 있는걸까?」
「싫다라니…」
「예를 들면 말야. '얼굴도 보기 싫다' 정도인지, 그냥 '딱히 좋지는 않아' 정도인지. 그런 거 있잖아.」
나라사카는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아냐, 미안. 신경쓰지 마.」 그 말을 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또 올게.」 그렇게 말해 놓고서 다음번에 방문한 것은 또다시 한참이나 후였다. 조금 서운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사카의 앞에서 그런 티를 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히우라를 통해 나스도 들었기 때문이다. 나라사카가 요새 미친 듯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임무 후에도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총을 쏘고 있다고.
그렇게 몇 주가 지나서야 나라사카는 다시 나스의 방을 꾸준히 찾아주었다. 전과 같이 무뚝뚝한 얼굴로 환기를 시켜 주고, 부엌에서 차를 갖다 주고,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눠 주었다.
「토오루.」
「응?」
「최근 잊고 싶은 일이 있었어?」
티팟의 워머를 벗기던 손이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나라사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티팟의 뚜껑을 누르며 따뜻한 차를 따랐다. 홍차의 부드러운 향이 방 안을 채웠다.
「잊었어?」
「…아직.」
「그래도…… 이제 괜찮은 거지?」
나라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며, 나스는 기쁘게 찻잔을 받아들었다. 다행이야, 토오루가 더이상 힘들어하지 않아서. 그날 나라사카가 가져온 쿠키는 굉장히 맛있었다.
나라사카는 다시 학교 이야기를 해 주곤 했다. 랭크전에서만 맞붙어 본 아라후네의 학교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코데라나 츠지, 미와대의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더 이상 토마의 이름은 꺼내어지지 않았다.
예전보다 드물어진 한숨에서는 달큰한 홍차 향이 났다. 시간과 함께 조금씩 더 뜸해지겠지. 그때까지 나스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밖에 없을 테지만, 나스는 언제라도 나라사카의 편일 테니까.
나라사카의 입에서 토마의 이름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었다. 교복에 동물의 털이 묻어있어 떼어주려고 팔을 뻗으니 나라사카가 고양이 털일 것이라고 했다. 훈련에 고양이를 데려온 토마가 억지로 품에 안게 했었다고. 생각지 못했던 타이밍에 나온 토마 이야기에 나스도 잠깐 놀랐다. 이제 괜찮은 건가 싶어 조심스레 얼굴을 살폈지만 나라사카는 평소대로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 후로 가끔씩 토마의 이름이 다시 나오게 되었다.
"…토마 상이 요즘 잘 웃지 않아."
"그래?"
"웃지 않는달까, 묘하게 화를 내는 것 같아."
"에, 그거 상상이 안 되는걸."
나라사카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말을 멈췄다. 나스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요즈음 나라사카는 다시 토마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예전처럼은 웃지 않는다. 여전히 부드러운 눈매를 하면서도 어쩐지 아픈 표정을 짓고 있어, 나스는 그것을 미소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아직 '잊는 중'이라서 그런 걸까, 사실 괜찮아진 게 아니라 아픈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 아닐까, 묻지 못한 질문만 마음속을 가득 메웠다.
"졸업이 얼마 안 남았다며…"
나라사카가 천천히 다시 말을 꺼냈다.
"부탁할 것이 있으면 빨리빨리 말하라고 하는데."
나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라사카는 바닥을 보며 말을 잇고 있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그 사람한테."
나스는 찬찬히 그간 다시 듣기 시작했던 토마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최근에는 훈련에 꽤 성실히 나와, 토마 상 치고는.」 「그렇게 2위라고 굳이 말해주는 이유를 모르겠어.」 「호카리 상이 졸업 앨범을 보여주는 게 뭐가 나빠? 필사적으로 뺏는 바람에…」
"다른 이야기는 안 했어?"
"어떤?"
"다른 사람 이름이라던지… 하는 것?"
"이름…은 아니지만……. '이미 다른 사람 걸 받기로 한 건 아니겠지.'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어."
…역시. 나스는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세상은 같은 양의 웃음과 눈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아마 이런 뜻은 아니겠지만. 토마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만큼 나라사카의 한숨도 분명 없어질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곧, 분명 빠른 시일 내에.
똑같이 사라진 웃음만큼이나 똑같이 서로의 마음을 눈치채지도 못하는, 이상하게 닮은 두 사람. 지금 당장이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반, 그렇지 않은 마음이 반이다. 적어도 그동안 토오루가 내쉬었던 한숨만큼은 토마 상도 초조해해야 공평하지 않아? 토오루는 괜찮아지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이렇게 뒤늦게서야 쿡쿡 찔러보는 거 조금 얄미우니까.
나스는 생각에 잠긴 채 나라사카가 가져온 과자를 깨물었다.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그거, 교복 두 번째 단추 얘기일 거라고 말을 해 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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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 단문 길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