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올렸던 이누카이 관련 단문/조각글 모음입니다. (2016.1 - 2016.3)
참, 저는 이제 알았는데 옆의 저 서치바를 이용하시면
이 블로그 내에서 원하시는 커플링으로 검색해보실 수 있어요... (나만 지금 알았을 듯)
1. 이누츠지이누 (구분없음, 선호하시는 대로 읽어주세요) 2016.1.20
첫 시도 이야기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눈매는 타인의 경계심을 무너트린다. 즐거운 듯 재미있다는 듯 미소띈 얼굴이 성큼 가까워졌왔다. 아침에 애써 세팅했을 것이 분명한 밝은 머리카락이 갑자기 시야를 차지한다. 그 밑에서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하는 제안은,
"응? 어때, 여자아이라고 생각해 봐."
결코 언제나와 같지 않다. 키는 여자아이치고는 좀 크지만… 별로 얼굴은 뒤지지 않는다구? 이누카이가 스스로 우스운 듯 키득거렸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간격에,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목소리도 귓가에는 크게 닿는다. 작전실 안, 언제나의 위잉거리는 소음이 이렇게까지 크게 들린 적은 없었다. 탁, 츠지가 읽고 있던 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둘만 있는 공기 중을 울렸다.
"……긴장했어?"
"자, 자, 장난은,"
"어디까지가 장난일까나?"
웃고있는 얼굴 뒤의 진심을 이누카이는 쉽게 말해주는 법이 없다. 소파에 올려놓은 츠지의 손 위를 이누카이의 손가락이 더듬었다. 작고 세밀하고 장난스럽고 언제나처럼 다정한― 언제나처럼, 언제나처럼, 몇 번이고 닿아본, 만져본, 겹쳐져 본… 분명 이누카이의 스킨십은 언제나와 다를 것이 없는데. 소파에 닿은 등에 땀이 나는 것 같았다.
"아니면, 히야미쨩이라고 생각해 봐."
츠지가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여자의 이름을 발음하며 이누카이의 눈이 조금 더 휘어졌다. 츠지는 꿀꺽 침을 삼켰다. …웃고 있지 않아.
"츠지쨩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려나?"
자위도… 해본 적이 없을까? 키스도? 바싹 가까워진 몸에 서로의 체온이 닿는다. 사람의 피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까지 몸을 돌 수 있는지 시험당하는 것 같았다. 귀엽네, 이누카이가 속삭였다. 마주 닿은 대원복이 마찰해 부스럭대는 소리가 심장소리와 섞였다. 한 쪽 구석에 소년 두 명 분의 무게를 실은 소파가 끼익거렸다.
"언젠가는 할 거 아냐, 츠지쨩도."
이누카이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겹쳐진 손을 빼내려 츠지가 팔목에 힘을 주자 이누카이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꽉 잡혀진 손에 팽팽하게 힘이 들어갔다. 츠지쨩… 키스 못하면 차인다고, 요즘엔? 심장이 쿵쿵대는 소리와 뒤섞인 이누카이의 목소리는, 공기를 휩쓰는 것처럼 무거운 것 같다가도 피부를 깃털로 간질이는 것처럼 가벼운 것도 같았다. 아니, 애초에 츠지는 이누카이를 완전히 안 적이 없다. 위험한 장난을 치는 듯 반짝이는 눈동자가 점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다. 쿵, 쿵, 쿵,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고막이 시끄러웠다.
"―돌아왔,"
벌컥 열린 문으로 바깥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너희……?"
"앗, 대장."
이누카이의 몸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바싹 붙어 있던 타인의 체온이 떨어진 자리는 바람이 통하는 것처럼 텅 빈 온도가 된다. 츠지는 살짝 몸을 떨었다. 이누카이는 벌써 소파를 떠나 문가의 니노미야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회의는? 뭐라고들 해요? 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가 작전실 안을 채웠다. 언제나와 같은 즐거운, 아무렇지 않은, 태평한, 장난스러운… 츠지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웠다. 떨어지면서 바닥에 잘못 부딪쳤는지 한 쪽 페이지가 크게 접혀져 있었다. 접힌 페이지를 반대쪽으로 다시 접어 보았으나 하얀 종이 위에 크게 그어져버린 접힌 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빌린 건데….
페이지의 접힌 자국을 보며 츠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대로 덮어두고 오래오래 눌러두면 접힌 자국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돌려줄 때까지 원상복귀 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며 츠지는 책을 덮었다. 어쩌면 사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2. 토마이누 2016.2.6
※ 토마나라와 이누카게이누 베이스의 토마이누입니다.
Playmate
빙글 돌아눕는 이누카이의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제멋대로 흐트러졌다. 드러난 나신을 가릴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아 이불은 다리에나 이리저리 엉켜 있을 뿐. 불을 켜지 않은 방은 어두웠지만, 방 안이 굳이 밝을 필요는 없었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달빛이면 충분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본래보다 조금 더 짙어 보이는 이누카이의 모래색 머리카락을 토마의 손이 이리저리 헤집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이누카이가 귀찮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
“뭐 하는 거야.”
“아, 있어 봐.”
의도가 담긴 손길이 왁스를 하지 않은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옆머리를 정리했다. 커다란 손이 머리를 만지는 것을 이누카이는 입을 비죽이면서도 놔두어 보았다. 머리카락을 만져오는 토마 역시, 자랑인 리젠트 대신 앞머리가 길게 코끝까지 내려와 있다. 서로의 이런 모습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고 나서 나란히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똑같은 왁스로 머리를 하는 것도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다.
“됐다.”
“뭐 한 건데?”
“어, 그대로 얼굴 반쯤 묻고 눈 감고.”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해 보는 것은 이누카이도 호기심이라면 둘째가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면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어울려 준다. 보통 일이 끝나면 배고프다며 뭔가 먹거나 텔레비전을 틀거나 하는 토마가 이런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이누카이는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고 눈을 감았다. 파란 눈동자가 눈꺼풀에 금세 가리어졌다.
“그대로 ‘토마 상’ 해봐.”
“야, 이 미친놈아.”
토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번쩍 눈을 뜬 이누카이가 토마를 쏘아보았다. 그런다고 내가 나라사카가 되겠냐, 한 번 해 주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럼 너도 머리 좀 헝클어트리고 빌어먹을 이누카이 한 번 해봐, 야 이 매저새끼야― 몇 차례 서로를 향한 악담과 험담이 오간 후, 이누카이는 손을 들어 머리를 다시 망가트리며 베개에 얼굴을 완전히 묻었다. 이누카이의 마른 어깨가 한숨과 똑같은 박자로 흔들렸다.
“…한심하니까 이런 얘기 하지 말자고 했잖아.”
평소라면 공기를 달리는 것처럼 가벼운 장난기가 실렸을 목소리가, 얼굴을 파묻은 베개 속에 갇혀버린 듯 웅웅거렸다. 바닥에 떨어진 콘돔 박스라든지 휴지를 보던 토마가 소리가 들리지 않을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아까 이누카이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커다란 손이 내려와 드러난 날개뼈를 톡톡 건드렸다.
“미안.”
이누카이는 잠깐 움찔하더니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 적어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상대를 좋아하는 것과 확실히 자신을 싫어하는 상대를 좋아하는 것은 시작점이 다르다. 거기다 카게우라를 상대로 감정을 숨기는 것은 굳이 이누카이가 아니더라도 불가능하다.
우울과 이누카이는 어울리지 않는다. 토마는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눈을 내려 창백한 달빛에 비추인 이누카이의 어두운 금발을 쳐다보았다. 나라사카가 아니다. 손에 닿는 머리카락은 잦은 왁스 사용으로 조금 더 거칠다. 손끝으로 더듬는 피부는 아마 나라사카보다 뜨겁다. 처음 할 때, 이누카이는 토마의 위에 올라타 양 손으로 토마의 눈을 가렸었다. ‘상상해도 괜찮아.’ 속삭이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고 흐트러져 있어서, 정말로 상상해도 괜찮을지도―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때도 알았다. 이누카이는 나라사카가 아니다.
카게우라가 최근 대놓고 이누카이를 피하는 것은 토마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토마였다면 우울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
“……왜 고백 안 하는데.”
이누카이의 부루퉁한 목소리가 들렸다. 토마는 볼을 긁적였다. 모래색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약간 자란 것도 같았다. 항상 간다는 그 미용사에게 이미 예약을 해 두었을지도 모른다. 커트를 하고 온 날의 이누카이는 평소보다 조금 더 웃는 얼굴로, 괜찮아 보이지 않느냐며 토마에게 몇 번씩 묻곤 했다. 이 디자이너분이 가게 옮기면 따라갈 거야, 어디라도 갈 거야,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이 감정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야, 사랑. 이건.
그렇게 쉽게 사랑을 말하는 이누카이는, 토마와 있을 때 한 번도 카게우라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끝이 살짝 올라간 입술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도 토마는 알았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심이라고.
잔뜩 뜨거워졌던 이누카이의 체온이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드러난 어깨가 조금 추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토마가 대답을 하지 않자 이누카이가 얼굴을 파묻었던 베개에서 고개를 들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앉아있는 토마를 올려다보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묻는다.
"응? 왜 안 하냐고."
“스나이퍼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알 게 뭐야.”
“타이밍.”
하! 하고 이누카이가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맣게 덧붙인, "까고 있네"하는 목소리도. 그래도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머리 위 토마의 손을 잡아채 입가로 가져간다. 스나이퍼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할짝이며 이누카이가 웃었다.
"지금은 무슨 타이밍이게?"
"너 진짜 변덕스럽다."
"땡, 정답은 한 번 더 할 타이밍."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붉은 혀에 휘감겼다. 토마는 이누카이의 위로 올라타 몇 번이고 닿아본 쇄골에 입술을 떨어트렸다. 아마 쇄골의 모양도 이누카이는 나라사카와 다를 것이다. 보기 좋게 뻗은 것을 입술로 따라 훑어가며 토마는 나라사카를 상상해 보았다. 잘 되지 않는다.
머릿속의 고양이 대신 눈앞의 강아지에게 물었다. 바쁜 입술 사이로 뱉는 말은 발음이 뭉개져서 나왔다.
"끝나고 피자 시켜 먹을래?"
"피자?"
"한 판 주문하면 핫도그 준대, 쿠폰에."
"좋아―"
쇄골 밑을 핥자 이누카이가 간지러운 듯 키득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베개 위로 금빛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을 받은 머리카락은 나라사카의 것보다 가벼운 색이다. 이누카이가 팔을 들어 올려 토마의 상체를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등 뒤로 둘러진 팔이 따뜻했다. 이누카이의 손이 올라와, 가슴에 입술을 묻고 있는 토마의 뒤통수를 가볍게 눌렀다.
"토마."
"엉?"
"'토마 상' 해 줄 때마다 500엔, 콜?"
이누카이가 머리를 누르고 있어 토마는 고개를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목소리에 장난기가 가득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친놈은 너야."
따뜻한 피부를 더듬는 입술 사이로 웅얼거리며, 토마는 이누카이의 다리에 휘감긴 이불을 걷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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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우인지 친우인지 플레이메이트인지 짝사랑 동지인지
그래도 죽이 잘 맞는
3. 이누나라 2016.2.29
* 토마이누와 마찬가지로 토마나라 베이스
* 토마이누와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혀 끝의 단맛
어렸을 때부터 예쁜 것이 좋았다. 예쁘고 귀여운 건 좋은 거라고 항상 들었다. 두 명의 누나들은 어린 이누카이의 눈앞에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치마를 들이밀며 "봐, 예쁘지?" 라고 했었다. 멋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누카이의 머리에 리본을 달아 꾸며주곤 했다. 예쁘게 해 줄게, 하루쨩 귀여우니까―
다른 남자아이들이 피하는 인형이라든가 분홍색이라든가 귀여운 문구류라든가. 딱히 그런 데 거부감이 들었던 적은 없다. 그러니 인형같은 자는 얼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귀한 장면이라니, 사진으로 찍어 남몰래 나라사카를 흠모하는 여자아이들에게 팔아도 될 것이다. 이누카이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였다. 어쩐지, 조금만 소리내도 금방 깰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나라사카는. 숨소리까지 지나치게 조심한 탓에 커다란 책상의 모서리에 허벅지를 찔리고 만 이누카이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눈물이 고일락 말락 하는 눈을 깜빡이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도서실의 크게 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온화했다. 어스름한 아침과 쨍한 한낮을 지나 한참 오후를 절반 정도 지나가고 있는 태양이 노르스름한 빛을 나라사카의 갈색 머리카락에 더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 시간에 여기서 자고 있는 거지…? 뒤늦게서야 든 의문에 이누카이는 허리를 굽혀 책상 위를 살폈다. 나라사카의 얼굴 밑에 깔려있는 노트를 보니 혼자 개별학습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임무 때문에 빠졌던 것의 보충인가. 왕자님은 성실하네…… 앗. 이누카이는 휘파람을 불려다 흡, 숨을 들이마셨다.
아, 좋은 냄새.
허리를 굽혀서 가까워진 머리카락에서는 희미한 샴푸 향이 났다. 이누카이의 약간 부슬거리는 머리카락과는 다른, 결이 고와 보이는 갈색 생머리가 귀 언저리에 흩어져있다. 아, 그렇지. 버섯같은 머리였지. 호기심어린 눈동자가 반짝였다.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에서 시선을 조금만 내리면 감은 눈이 보인다. 갈색 속눈썹이 미동도 하지 않고 얌전히 눈 밑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보기 좋게 뻗은 코 밑으로는 붉은 입술이 자리해 있고,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이누카이의 눈이 살금 휘어졌다. 미인을 관찰하는 것은 즐겁다.
예쁜 건 좋다니까…. 토마, 눈 높잖아?
혼자만 알고 있는 친구의 취향을 떠올리며 이누카이는 조금 더 깊이 허리를 숙였다.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10cm 정도의 간격. 솜털이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셨다. 깨끗한 향이 코끝을 맴돌다 사라진다. 아, 좀, 뭐랄까……. 파란 눈동자가 깜빡, 눈꺼풀에 가리어졌다 다시 드러났다. 이누카이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만약, 내가 토마의 기분 같은 거 몰랐다면 말이지
혹시 그랬다면 말야
……어디까지나 만약에……
…그리고 위험할 때. 눌러죽여 조심스레 내뱉는 숨이 나라사카의 고요한 호흡과 섞인다. 그 기묘한 10cm의 틈은 향기롭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고, 또 위험하기 짝이 없어서― 이누카이는 가만히 밑을 응시하며 눈을 깜빡이다, 아주 조금 고개를 숙였다.
간격은 순식간에 지워진다.
역시 이런 부스러기로는 잘 모르겠잖아.
노란 햇빛과 코끝을 간지럽히던 향과 그 모든 것이 지워졌던 찰나, 그래도 하나만은 남아 있었다. …부드럽네? 이누카이는 입술을 핥았다. 낼름 내밀어진 혀가 입술에 묻었던 과자 부스러기를 없앴다.
공부하면서까지 먹고 있었으니까, 얼마나 맛있나 했는데.
입술 옆에 묻어있던 정도로는 역시 달콤한 맛을 다 알 수가 없다. 불충분한 단맛이 혀끝에 잠깐 남았다 금세 없어졌다. 좀 더 크게 베어물어야 만족스러울 것 같은데 차마 그럴 수는 없다.
……아쉽네에……
허리를 펴고 이누카이는 휴대폰을 꺼냈다. 소리는 무음으로 죽이고, 카메라 앱을 켜고, 촛점은 잘 맞춰서― 하나, 둘, 셋. 고요하고 평온한 얼굴이 화면 가득 담겼다. 이제는 입술 옆에 과자 부스러기도 묻어있지 않은, 완벽하게 깨끗한 얼굴이.
토마한테 보내줄까?
저장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평소처럼 웃는 눈이 빠르게 친구 목록에서 토마의 이름을 찾았다. 흐흥, 대신 뭘 달라고 하지? 공짜로 주기는 좀 아까우니까― 가벼운 생각만큼이나 미련없이 몸을 돌려 이누카이는 문가로 걸었다. 아, 그래. 타케노코 이번 한정이랑 교환하기로 할까. 부스러기로는 역시 맛을 모르겠고. 뭐… 굳이 전후사정을 얘기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누카이의 눈이 살몃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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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발소리가 멀어진다.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살그머니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반짝 눈을 떴다. 눈을 두어 번 더 깜빡거리며 생각을 정리해보려 애쓰다 나라사카는 포기했다.
'뭐지? 방금….'
얼굴을 반쯤 묻고 있던 팔을 펴, 천천히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손가락 끝이 입술 옆을 매만졌다. 방금 그건, 분명히…… 아냐, 설마. 손가락이었겠지…? 아니, 그보다…
'그 뒷모습…….'
발렌타인 데이에도 초콜릿을 수없이 받고 꼬박꼬박 고백도 받는 나라사카지만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그 뒷모습, 이누카이 선배?'
…왜?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다듬으려 애쓰며 나라사카는 허리를 바로 세웠다. 가볍고 장난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보통 이런 장난을 치기도 하나? ……남자한테?
입술의 바로 옆만 마치 다른 피부인 것처럼 느낌이 이상하다. 닿았다 떨어진 것은 분명 찰나인데, 오후 햇빛에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처럼 끈질기게 감촉이 남아있다. 그 때 바로 눈을 떴어야 했나? 하지만 정말 순간이었고, 순식간에 떨어졌고…… 눈을 뜰까 했을 때는 이미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장난칠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닐 텐데. 나라사카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햇빛이 커다랗게 난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조금 더운데……. 입술 옆을 훑던 손을 내려 아까까지 먹고 있던 과자로 뻗었다. 절반쯤 빈 상자에서 하나를 꺼내 입 안에 넣으면 입 속 가득 달콤한 맛이 퍼졌다.
너무 순식간이었어서, 그건 꼭 깃털로 건드리는 것 같기도 했고 솜으로 간질이는 것 같기도 했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졌던 그건… 설마, 입술이었을까. 설마 그랬을 리가…
정면에는 살짝 열어진 문이 보인다. 이누카이의 뒷모습이 멀어졌던. 나라사카는 한동안 그 문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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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을 막 질질 흘리고 다니는 이누카이와 희생된 어린양
4. 이누하토유즈 (이누카이→하토하라←유즈루?) 2016.3.14
Bullets
비어버린 훈련실의 입구는 까맣게 입을 벌리고 있어야 했다. 새어나오는 빛이 이상해 에마는 작전실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렸다. 며칠 째 집에 가지 않았다.
'고집 그만 부려!'
니레가 에마를 끌어안으며 소리쳤었지만.
'여기 계속 있는다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계속 본부에 머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 밤에 어떤 소식이 날아오지 않을까, 바로 새벽에 흔적을 찾았다고 급보가 오지 않을까. 기대와 불안이 섞인 밤은 느리게 흐르곤 했다. 그 느려터진 속도에 숨이 갑갑해져 올 때면 작전실을 빠져나와 까맣게 입을 벌린 훈련실을 찾았다. 항상 쓰던 자리에 걸터앉아 성의없이 방아쇠를 몇 번 당겨 보다가, 지난 기록들을 훑어 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손끝으로 만져 보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다.
"…아."
실수로 누군가 불을 켜놓고 간 것이 아니었다. 에마는 예상치 못했던 뒷모습에 저도 모르게 작은 소리를 냈다. 스나이퍼 훈련실에 와 본 적을 세어 보라면 아마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일 것이다.
이누카이 스미하루는.
에마가 낸 소리에 금발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빙글, 몸을 돌리는 이누카이의 넥타이가 야트막하게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그러고 보면 니노미야 부대의 전투복은 애도의 상징과 닮았다. 검은 정장을 갖추어 입고 이누카이는 총을 들고 있었다.
"건너용 트리거로는 스나이퍼 사거리에 닿지 않아."
막 변성기가 시작된 낮은 목소리가 빈 훈련실을 나지막하게 울렸다. 멀리 위치한 표적을 향해 아스테로이드를 겨누던 이누카이가 에마를 잠깐 보고는 다시 표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알아. 그래도 없는 걸 어떡해?"
―이것밖에는.
작게 덧붙이며 이누카이는 스스로가 우스운 듯 키득거렸다. 탕, 탕, 탕……. 총소리가 어두운 본부 복도로 울려퍼진다. 몇 번 싸워 보아 아는 이누카이의 스타일은 충분한 트리온량을 이용한 탄환 연사. 하지만 지금은 한 발 한 발 표적을 향해 신중히 쏘고 있다.
"웃기지 마. 뭐 하는 거야?"
이누카이가 대답해 주지 않은 에마의 말은 탄환처럼 빈 공기를 맴돌다 사라졌다. 이누카이가 쏜 탄환은 빛을 뿜으며 짧은 거리를 날았다 연소되어 사라졌다. 표적까지의 거리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집부리지 마."
니레가 했던 말이다. 에마는 무언가 배에서 울컥 치미는 것 같아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짧게 깎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싫―어."
이누카이의 가벼운 목소리는 탕, 탕, 하나씩 울리는 총성에 금방 묻혀 지워졌다. 살짝 휘어진 눈매로 이누카이는 표적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닿지도 않을 탄환을 몇 발이고 몇 발이고 쏘고 있다. 공기를 가르는 탄환을 파란 눈동자로 쫓고 있다. 곧 사라져버릴 탄환을.
에마는 이를 으득 깨물고 발걸음을 돌렸다. 까만 복도로 향하는 문이 어두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평소와는 반대다.
아무래도 좋았다. 불 꺼진 복도로 향하는 에마의 뒤에서 아직도 탕, 탕, 탕… 총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누카이를 (앞뒤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자신있게 최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입니다.
* 최근 업로드가 뜸한 것은 취직을 했기 때문입니다... 연성을 노력하고는 있는데 쉽지 않네요.^_ㅠ